# 여덟
겹겹이 꽃들이 피고 여러 화려한 색으로 자태를 뽐내며 달콤하고 산뜻한 향을 내는 꽃이 있는데요. 바로 '제라늄' 이라는 꽃입니다. 키우기 쉽고 추출 시 100g 당 약 0.5ml 정도 얻어낼 수 있어 수율이 매우 높은 편인데 이는 장미 수율의 15배 정도 되는 수치입니다. 향 또한 좋으니 향료로 사용하기에 손색이 없죠. 향료로서 '제라늄' 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되는데요. 이는 본론에서 다뤄보겠습니다.
■ 제라늄
'펠라고늄(Pelagonium)' 또는 '제라늄(Geranium)' 이라고 불리는 이 꽃의 학명은 'Pelagonium' 입니다. 원래 '펠라고늄' 과 '제라늄' 은 다른 종류의 꽃이나 '린네' 라는 식물학자가 식물의 분류체계를 처음 세우면서 유라시아 대륙에 자생하던 '제라늄' 을 아프리카 대륙에서 자생하는 '펠라고늄' 과 같은 속으로 분류했기 때문입니다. 몇 년 뒤인 1789년 그의 동료인 '샤를 리리티에' 가 '제라늄속' 과 '펠라고늄속' 으로 따로 분리했으나 원예가들 사이에서 '제라늄' 이라는 이름으로 단단히 정착되어버린 까닭에 오늘날까지도 '제라늄' 이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신기하게도 각각의 어원을 살펴보면 꽤 비슷한데요. '제라늄(Geranium)' 은 그리스어로 'Geranos(학)' 에서 유래된 말로 길게 뻗은 과실의 모습이 학의 부리를 닮았다고 붙여준 이름입니다. '펠라고늄(Pelargonium)' 의 경우에는 그리스어로 'Perlagos(황새)' 에서 유래됐으며 '제라늄(Geranium)' 과 마찬가지로 황새의 부리처럼 길쭉한 과실을 보고 붙여준 이름입니다. 다른 대륙에서 자라는 식물을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붙여준 이름임에도 뜻이 비슷하다는 게 꽤나 흥미롭네요.
줄기는 30cm ~ 1m 까지 다양하며, 잎은 단풍잎처럼 5열로 갈라지는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각각의 열편은 피침형으로 톱니 형태로 갈라져 있습니다. 꽃받침과 꽃잎은 각각 5개씩이며 봄에서 여름에 걸쳐 꽃이 피며 색은 붉은색, 옅은 붉은색, 핑크색, 흰색 등으로 다양합니다. 흔히 겹꽃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420여 종이 존재하며 홑꽃으로도 피는 종도 존재하며, 번식 방법이 어렵지 않아 관상용으로 많이 사랑받고 있습니다.
꽃말은 색깔에 따라 상이합니다. 빨간색은 '당신의 행복', 노란색은 '우연한 만남', 분혹색은 '결심, 결의', 흰색은 개인적으로 아름답다고 느낀 꽃인데 그 반대로 꽃말은 '저는 당신의 사랑을 믿지 않아요.' 입니다.
향료로서 제라늄은 크게 두 종류로 나닙니다. 바로 '제라늄' 과 '로즈 제라늄' 입니다.
'제라늄' 은 일반적인 '향 제라늄' 종들의 꽃과 잎, 줄기를 수증기 증류법으로 추출합니다. '로즈 제라늄' 과 다른 아종들을 교배시킨 종을 주로 이용하며, 대량으로 재배하여 많은 양의 오일을 얻을 수 있어 저렴한 편입니다. 살짝의 장미향과 민트향에 풀향이 섞인듯한 향이 납니다.
'로즈 제라늄' 은 '구문초(驅蚊草: 모기를 쫓는 풀)' 라고도 불립니다. 살짝 분홍빛을 띈 이 꽃은 잎에 강한 향 성분을 지니고 있어 아로마 제품이나 향수의 원료로 이용되며 기존의 풀향에 일반 '제라늄' 보다 더 풍부한 장미 향이 납니다. 학명으로 'Pelargonium graveolens' 불리는 종을 추출한 것으로 일반적으로 팔리는 '제라늄' 보다 가격이 비싼 편입니다. 제가 구매할 당시 2배 정도 가격 차이가 났습니다.
■ 향
중향(Middle note)에 해당하며 향조는 꽃(Floral)의 계열입니다. 두 종류로 나뉘어진만큼 '제라늄' 과 '로즈제라늄' 각각의 향평을 하겠습니다.
'제라늄' 은 살짝의 장미향이 난다고 알려진 것에 비해 장미향이 깊진 않았습니다. 깊게 맡아야 살짝 날 정도였네요. 장미향보단 풀향과 같은 산뜻한 향에 더 치중되어 있는 느낌입니다. 살짝의 물향도 같이 났는데요. 풀잎에 맺힌 물방울 향이라고 이미지적으로 표현 가능합니다.
'로즈 제라늄' 은 확실히 장미향이 많이 느껴집니다. 이름을 붙여진 데는 이유가 다 있는 것 같아요. 기존의 풀향은 여전하나 특유의 장미향 때문인지 산뜻한 풀향보단 꽃향이 더 크게 와닿았습니다. 향은 장미인데 장미가 아닌데 장미 같은 향? 후각이란 게 기억에 크게 의존하는데 장미향이 코에 닿는 순간부터 '장미' 생각밖에 나질 않네요. 그리고 '제라늄' 에 비해 좀 더 잔향이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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