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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없는 것들을 향으로 만드는 곳

공간 둘/천연향료

#4 은방울꽃, Lily of the valley, Muguet

무명주인장 2022. 4. 7.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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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

4대 꽃 향료 중 세번째 '은방울꽃' 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글을 본격적으로 쓰기 앞서 신인 작가임에도 그 능력이 뛰어난 '무명' 작가님의 시로 시작해보겠습니다. (저 아님 여튼 아님)


제목 추천받습니다

 

드리웠던 고개를 들어

방울 그 모양 은색 역이 되어 하늘로 오른다

그 은색 무리

하늘에서 곱게 부서지면

자잘한 조각들 곳곳에 퍼져 스미기를

 

- 무명 -


누구 시인지 모르겠지만 정말 예쁜 시인거 같아요. 시에 나오는 것처럼 '은방울꽃' 은 고개를 밑으로 숙인 채로 꽃을 피우는데요. 부끄러워하는 듯한 모습과 반대로 그 향이 너무 뛰어나 '향수화' 라고 부를 정도랍니다. 

 

 

 

■ 은방울꽃

은방울꽃은 비짜루목 비짜루과에 속하는 외떡잎 여러해살이풀이며 영어로 'Lily of the valley', 불어로는 'Mugeut' 입니다. 학명은 'Convallaria' 로 라틴어 'Convallis(골짜기)''Leirion(백합)' 이 합쳐진 뜻입니다. 그래서 영어로 'Lily of the valley(골짜기에서 피는 백합)' 이라고 붙여진 것이죠. 유라시아 대륙 원산의 'Convallaria majails', 중국과 일본 원산의 'Convallaria keiskei' 미국 원산의 'Convallaria montana' 같은 아종들이 있으며 우리나라에서 서식하는 종은 'Convallaria keiskei' 입니다.

 

주로 서늘한 지역의 산지에서 긴 뿌리줄기가 가로로 뻗는 형태로로 자랍니다. 잎은 2 ~ 3개로 타원형 또는 긴 타원형을 띄며 5월경 꽃줄기 끝에 밑으로 늘어진 흰색 꽃을 피웁니다. 종모양을 하고 있으며 윗부분은 총 6갈래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향기가 좋고 그 외관이 아름다워 정원에서 관상용으로 기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름다운 향기와 외관을 가진 반면 꽃과 뿌리, 줄기, 잎, 열매 등에 맹독이 존재하는 '독초' 입니다. 인간에게는 치명적이지 않으나 반려 동물들에게 치명적이며 죽음에까지 이를 수도 있으니 혹시 관상용으로 기르시는 분들께선 주의해주시길 바랍니다.

 

꽃말은 '틀림없이 행복해집니다' , '희망' , '섬세함' , '순애' 입니다. 프랑스에선 5월 1일을 은방울꽃의 날 즉 'Mugeut's Day' 라고 지정하여 연인들끼리 은방울꽃을 서로 주고 받는데요. 이 날 은방울꽃을 주고 받은 연인들은 꽃말과 같이 그 해간 행복해진다고 합니다. 특히 이 날엔 프랑스 파리 전역에 은방울꽃 향기가 자욱하다고 해요. 5월 1일 프랑스 꼭 가보고 싶네요.

 

 

은방울꽃의 모양에는 2가지 전승이 있다고 하는데 첫번째는 고대 그리스의 '레오나르도' 라는 용사가 불의 룡인 화룡 을 물리친 후 흘린 핏자국에서 피어난 꽃이라는 전승과 요정들끼리 모이는 밤 축제에서 한 요정이 실수로 풀줄기에 컵을 걸어놓고 갔는데 걸린 컵이 꽃으로 바뀌었다는 전승이 있어요. 개인적으로 첫번째 이야기도 멋지지만 요정이 컵을 걸어놓고 갔다가 꽃이 됐다는 전승이 정말 귀엽네요. (실수로 걸었는데 꽃으로 커여뷰ㅠㅠㅠㅠㅠㅠㅠㅠ)

 

은방울꽃의 특유의 향취는 향료로서 훌륭한 원료이지만 꽃의 크기도 작고 추출시 비효율적이어서 향료로 쓰이기 어렵다고 해요. 향 성분을 분석하여 같은 성분으로 합성을 하더라도 천연 향료 특성상 미세한 성분이 향을 크게 좌우하는 성질이 있어서 완전히 똑같은 향을 재현하기란 불가능했습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은방울꽃향''은방울꽃향' 에 가장 가깝게 만든 인공향일 가능성이 높은 것이지요. 유라시아 대륙의 원산인 'Convallaria majails' 종의 꽃을 증기 증류과정으로 추출한 에센셜 오일과 '냉침법(enfleurge)' 을 이용한 앱솔루트 등 직접 추출한 천연향료들도 존재하지만 그 가격이 엄청나게 비싸다고 합니다. 저 같은 텅장 보유자는 꿈도 못 꾸겠네요!

 

 

■ 향

중향(Middle note) 에 해당하며 향조는 꽃(Floral) 계열 중 흰꽃(White floral) 계열에 해당합니다. 5월 5일 '어린이날' 의 탄생화이라 그런지 향 자체가 순수하고 맑은 느낌이 제일 컸어요. 봄을 연상하게끔 하는 향기가 풀향과 같이 코에 퍼졌고 그 뒤로 은방울꽃 특유의 향기가 새어나오네요. 꽃의 모양도 고개를 숙이고 있고 골짜기에서 몰래 피는 꽃이라 그런지 향을 맡았을 때 이미지적으로 '부끄러움 많이 타는 소녀' 가 떠오르는 듯한 향이였어요. '순수' , '청순' , '청초' 와 같이 맑은 이미지를 표현하는 조향을 할 때 유용한 향료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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