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벚꽃, Cherry blossom
# 셋
벚꽃이 만개한 지금 원래라면 4대 꽃 향료에 대해 마저 설명드리고 다른 글을 쓰려고 했는데... 못 참죠. 그래서 이번에 소개드릴 향료는 바로 벚꽃입니다. 체리블로X 이라는 샴푸로도 유명한 향이죠. 알아두면 좋을만한 정보로 글을 시작하자면 벚꽃은 버찌라는 열매가 핀다고 해서 '버찌 + 꽃 = 벚꽃' 이 되었고, 버찌가 바로 우리가 먹는 과일 '체리(Cherry)' 라는 사실! 그래서 영어로 'Cherry blossom(체리꽃)' 이라고 부릅니다.
■ 벚꽃
벚꽃은 영어로 'Cherry blossom' 이라고 하고 일본어로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桜(Sakura)' 라고 합니다. 학명은 '벚나무속(Prunus)', 종이 많아 여러 아속이 존재하며 우리나라에 피는 벚꽃은 대부분 왕벚나무에서 핀답니다. 일본에선 'ソメイヨシノ(소메이요시노)' 라고 불리며 원산지가 일본인 '일본왕벚나무' 와 제주도가 원산지인 '제주왕벚나무' 두 종으로 구분된다고 해요.
꽃말은 '아름다운 정신', '정신적 사랑', '삶의 아름다움' 그리고 벚꽃이 피면 중간고사가 찾아온다고 해서 대학생들 사이에서 우스갯소리로 '중간고사' 라는 꽃말로 부른다고 해요. 벚나무는 2 ~ 5 개가 잎겨드랑이에 달려 산방 혹은 *총상꽃차례 를 이룹니다. 꽃은 방사형으로 피며 꽃잎과 꽃받침 조각은 각각 5개이고 비교적 빨리 지는 꽃 중 하나라고 해요. 그 이유는 워낙 잘 떨어지기 때문인데요. 비오고 나면 우수수 떨어져 있는 벚꽃잎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넌 다른 의미로 개복치구나 벚꽃아...)
*총상꽃차례 : 길게 자란 꽃대 양옆으로 작은꽃자루가 계속 나는 형태
벚꽃은 일본의 상징으로 부를 정도로 유명한데요. 일본의 국화라고 잘못 알려져 있는데 사실 일본에서 특별히 국화로 지정한 꽃은 없으며 황실의 상징이 '벚꽃' 과 '국화' 라고 해요. 간혹 일본에서 벚꽃이 일찍 개화하여 겨울에 피는 경우가 있는데 겨울에 눈이 와 벚꽃잎과 눈이 같이 흩날리는 걸 桜隠し(사쿠라 카쿠 시) 라고 부른다고 해요. 한국말로 '벚나무꽃 숨기기' 라고 해석가능한데 이 이야기를 왜 꺼냈냐면 이 단어를 영감으로 제가 만든 향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대충 떡밥투척이라고 해두겠습니다.
일반적으로 벚꽃향은 직접 벚꽃을 추출해 만든 천연향료가 아닌 인공향료를 주로 사용되는데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벚꽃향은 인공향일 가능성이 높고, 직접 추출한 에센셜오일의 경우 향이 훨씬 더 옅다고 해요. 천연향료인 에센셜 오일은 '양벚나무' 를 에틸알콜을 이용한 침지법을 통해 에센셜 오일을 추출할 수 있다고 합니다. 시중에 파는 벚꽃향처럼 엄청 강하지 않으며 물처럼 옅고 은은하고 살짝의 체리향이 난다고 하네요.
■ 향
중향(Middle note) 에 해당하며 향조는 꽃(Floral) 계열입니다. 사실 향은 그렇게 진하지 않더라고요. 에센셜 오일을 직접적으로 맡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향이 은은하게 났습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처럼 물처럼 옅고 살짝의 체리향이 났는데 미세하게 풀향이 섞여서 났어요. 엄청 옅게 훅 지나가는 느낌이였습니다. 벚나무 중 '수양벚나무' 라는 종이 있는데요. 일반 벚나무와 다르게 축 늘어져 꽃을 피우는 벚나무인데 가만히 보고 있으면 엄청 편안해지는 기분이 들어요. 그 나무 앞에서 바람이 불면 은은하게 퍼져나오는 향이 이 향과 비슷했던 것 같습니다.
끝으로 제가 좋아하는 수양벚나무 사진인데요. 덕수궁에 수양벚나무가 있으니까 벚꽃이 지기 전에 꼭 가서 꽃멍 때리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