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팔마로사, Palmarosa
# 스물여섯
열대지방에서 자라는데 장미향이 나는 식물이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제가 보통 질문을 하면 답정너라 아마 눈치를 채셨겠지만... 네 있습니다. 실제로 이름 또한 이런 특성에서 따왔는데요. 'Palma(야자)' 의 'Rosa(장미)' 라는 이름을 가진 '팔마로사(Palmarosa)' 입니다. '야자장미' 라 이름이 참 신기하지 않나요? 장미향을 닮아 장미 대신 쓰기도 하지만, 장미향과는 구분되는 독특한 향취가 있어 자신만의 정체성이 있는 향료랍니다.
■ 팔마로사
학명은 'Cymbopogon martinii' 이며 가장 잘 알려진 이름은 '팔마로사(Palmarosa)' 입니다. 그 외에 'Indian geranium' , 'Ginger grass' , 'Rosha' , 'Rosha grass' 등의 다른 이름도 존재합니다. 원산지는 인도이며, 인도와 네팔 지방의 습지에서 자생합니다. 1.3~3m로 키가 꽤 크고, 옅은 녹색에 가느다란 억센 줄기를 가졌는데요. 매우 천천히 자라는 편에 속하며, 꽃이 피기까지는 3개월이 걸립니다. 꽃이 핀 후 수확이 가능하기 때문에 1년에 적게는 3회 많게는 4회까지 수확가능합니다.
마른 잎을 수증기 증류법으로 추출하며, 연한 노랑 또는 무색을 띕니다. 주성분은 크게 2개인데요. 'Geraniol(72.55%)' , 'Geranyl acetate(25.26%)' 입니다. 이 성분은 장미오일, 시트로넬라오일에서도 발견되며, '팔마로사' 가 장미향과 유사한 이유도 이 성분 때문이지요. '팔마로사' 는 대량으로 재배하는 이유로 자라는 속도가 느린데 비해 수확량은 높은 편에 속합니다. 15~16개월의 재배기간 동안 200kg의 오일을 얻을 수 있어, 조향업뿐만 아니라 담배향료, 비누사업, 아로마테라피 등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특히 팔마로사의 'Geraniol' 성분에 주목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이 성분은 향균작용은 물론 피지 균형을 잡아주고 흉터나 피부 감염증에 도움을 주는데요. 팔마로사 오일엔 'Geraniol' 이 70%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많으며, 이러한 이유 때문에 화장품에서도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 향
중향(Middle Note)에 해당하며 꽃(Floral) 계열의 향조입니다. '야자장미' 라는 이름에 걸맞게 장미향이 납니다. 다만, 구분되는 점은 장미보다 좀 더 고소하고 건조한 향이 납니다. 아마 열대지방에서 자라는 이유 때문인지 아니면 벼과이기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손에 살짝 발라보니 휘발성이 꽤 있는 편이네요. 중향(Middle note)이지만 '이 정도면 상향으로 분류해도 상관 없지 않을까?' 싶어요.
장미향이긴 한데 고소하고 건조한 느낌 때문인지, 향이 가을과 참 잘 어울립니다. 아 그리고 지금 보니 오일을 발랐던 손등이 아주 부들부들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