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자몽, Grapefruit
# 열다섯
오늘도 감귤계 향을 끄적거리러 하나 데리고 왔습니다. 바로 '자몽' 입니다! 새콤달콤하면서 약간 씁쓸한 향이 매력적인 과일이죠. 영어로는 'Grapefruit' 라고 부르는데 여기서 'Grape' 는 바로 '포도' 입니다. 그래서 간혹 영어 이름을 듣고 '감귤계 운향과 과일이 아닌 포도과 과일이 아닌가?' 라고 의문을 품는 분들이 계신데 이는 과실이 포도처럼 주렁주렁 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으로 감귤계 과일이 맞습니다!
■ 자몽
학명은 'Citrus sinesis x maxima' 로 운향과 귤 속에 속하는 과일입니다. 바로 이전 글에서 나온 '버가못' 이 '쓴귤' 과 '레몬' 의 교배종이라면 '자몽' 은 '당귤(Citrus sinesis)' 와 '포멜로(Maxima)' 의 교배종입니다. '자몽' 이라는 단어를 듣고 '紫(자줏빛 자)' 에 '夢(꿈 몽)' 자를 쓴 '자줏빛 꿈' 이라는 감성적인 뜻의 한자어인 줄 알았으나... 포르투갈어 '잠보아(zamboa)' - 일본어 '자본(ザボン)' - 자몽 에서 나온 말입니다. 국립국어원에서는 '자몽' 을 일본 혹은 포르투갈에서 유래된 외국어로 구분하여 '그레이프프루트' 라고 순화하여 표현하며 이를 '표준국어대사전' 에 추가하였습니다.
서인도제도의 바베이도스가 원산지로 영어 이름 'Grapefruit' 인 이유는 서론에서 설명한 것과 같이 과실이 포도처럼 붙어서 열리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18세기에 처음으로 재배되기 시작할 당시 '금단의 과일' 이라고도 불렸는데요. 그 이유는 동남아시아에서 바에이도스로 '포멜로' 라는 과일을 재배하기 위해 종자를 들여왔는데... 웬걸? 도중에 오렌지 종자와 자연스럽게 교접되어 듣도 보도 못한 과일인 '자몽' 이 튀어나왔습니다. 심지도 않은 과일이 갑자기 나타나 적잖이 놀란 주민들이 '금단의' 과일' 이라고 이름을 붙이게 된 것입니다.
상록수인 나무로 5 ~ 6 m 높이가 일반적이며, 더 자라게 되면 15 m 까지도 자랍니다. 잎은 가늘고 긴 진한 녹색이고, 5 cm 정도 크기의 흰 꽃이 자랍니다. 열매는 10 ~ 15 cm 정도의 크기로 노랗고 울퉁불퉁한 공처럼 생겼습니다. 과육은 희거나 붉은 것이 주로 재배되는데요. 과육이 흰 경우 신맛이, 붉을 경우 단맛이 강합니다. 자몽 특유의 쓴 신맛은 두 종류 다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자몽 또한 감귤계 향료로 과피를 따로 모아 '냉온압착법' 으로 추출합니다. 추출된 자몽 에센셜 오일의 97% 정도가 모노테르펜 계열이며, 모노테르펜 중에서도 '리모넨(Limonene)' 이 93.33% 를 차지합니다. 외에도 '미르센(Myrcene)' , '피넨(Pinene)' , '사비넨(Sabinene)' 이 존재합니다. 또한 자몽 특유의 씁쓸한 향을 내는 성분이 존재하는데요. 바로 '누트카톤(Nootkatone)' 입니다. 천연 유기화합물인 케톤으로 자몽 오일에 극미량이 포함되어 있으나 '리모넨(Limonene)' 과 함께 자몽 특유의 향을 내는 성분입니다.
■ 향
상향(Top note)에 해당하며 향조는 감귤(Citrus)의 계열입니다. 향은 대부분의 성분이 '리모넨(Limonene)' 인 만큼 시큼한 향이 주를 이룹니다. '누트카톤(Nootkatone)' 이라는 성분 때문에 자몽 특유의 향이 난다고 했는데요. 여기서 자몽 특유의 향이란 바로 쌉싸름한 향입니다. 향을 맡아보면 달콤한 듯 새콤한 향 사이사이로 아주 미미하게 쓴 내가 풍겨오는데요. 이 쓴 내가 생각보다 조화로워서 정말 매력적인 향입니다.